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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배낭여행기 2탄: 실수투성이

나의 첫 배낭여행기 2탄

그렇게 먼저 떠나버린 비행기를 다시 잡아타고 그 다음 경유지로 향했습니다. 참고로 제 비행기는 직항이 아니라 서울 출발 -> 홍콩 경유 (타이페이에서 연료 교체) -> 런던 도착 이런 여정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티켓 자체에 서울-> 타이페이 -> 홍콩 -> 런던 이렇게 쓰여있지 않고, 서울 -> 홍콩 (타이페이에서 연료 교체) -> 런던 이라고 쓰여져 있었기 때문에 저는 당연히 서울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곧바로 홍콩으로 가는 줄 알았어요. 그리고 홍콩에서 런던으로 가는 다음 비행기까지 4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그 틈에 잠깐 홍콩 시내를 구경할려고 하고 있었죠.

드디어 비행기가 타이페이에 도착을 합니다. 방송이 나와요. “타이페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그때까지 타이페이, 홍콩, 타이완, 대만, 방콕 다 같은 나라 또는 같은 도시인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타이페이 도착 환영 방송을 듣고도, ‘아… 드디어 내가 홍콩에 도착했구나!!!’ 라면서 즐겁게 비행기에서 내렸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렸는데 출입문 앞에서 어떤 팻말을 든 승무원이 “타이페이”? “홍콩?” 이렇게 묻는거예요. 그래서 저는 뭣도 잘 몰랐지만, “홍콩” 이라고 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정~~~ 말 영어를 못했고 또 그게 첫 해외여행이라 사태파악이 힘들었습니다. (큰 실수죠) 그랬더니 그 승무원이 저한테 무슨 티켓같은 것을 줬어요. 그 티켓을 왜 받는 줄은 몰랐지만, 그냥 받아들고 저는 홍콩 시내를 향해 나갔습니다. (제 딴에의 홍콩 시내 말입니다 ;;;)

안내책자에는 홍콩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타는 곳이 공항 근처에 있다고 하는데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을 붙들고 묻기 시작했죠. 그랬는데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당연하죠… 대만에서 홍콩 시내로 가는 버스를 물어보고 있었으니…)

그렇게 한 한시간은 공항 안에서 혼자 헤매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정말 인내심 깊고 착한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그 사람이 저를 도와줄려고 엄청 노력했고, 캐세이 퍼시픽 항공사 승무원에게 저를 데려다 줬습니다. 제가 자꾸 여기서 홍콩 시내로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는 걸 알고, 그렇게 하겠다고 하니까 그 승무원이 이러더군요.

“You can swim to get there.” 여기서 홍콩에 가려면 수영해서 가야합니다. (한마디로 홍콩은 다른 대륙에 있다는 겁니다)

그제서야 알았죠. 대만이랑 홍콩은 다른 나라라는 것을…

알고보니 제가 비행기에서 내리고는 연료를 교체할 때까지 그냥 휴게실에서 30분 정도 기다렸다가 다시 똑같은 비행기를 탔어야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걸 모르고 그냥 딴 데로 가 버린 거죠. 덕택에 그 비행기는 저를 찾다가 30분 늦게 출발을 했다고 하더라구요. 물론 저는 그 비행기를 놓치고 그 다음 비행기를 탈 수밖에 없었습니다. ㅡㅡ;;

첫 입국심사

그렇게 대만에서 홍콩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홍콩에서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드디어 대망의 런던에 도착하게 됩니다. 저는 당시 영국 히드로 공항의 빡쌘 입국절차를 몰랐고, 영어도 서툴렀고, 영국 영어는 더군다나 더 서툴렀기 때문에 정말 고생이었습니다.

입국절차를 밟는데, 검사관이

“돌아가는 비행기 표는 어디 있나요? 보여주세요.”

하는 겁니다. 근데 그 당시에 “전자 비행기표” 가 처음 나온 때였어요. 지금은 전자 비행기표를 다 쓰지만, 그 당시에는 오는 비행기표와 가는 비행기표를 종이로 다 가지고 있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요새는 그냥 공항가서 여권만 주면 비행기표를 주잖아요.

저는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표가 없었기 때문에 심사관이 막 의심을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를 다른 곳으로 데려가서 짐 검사를 시작했습니다. 물론 21살짜리 배낭여행객 가방에 뭐가 특별하게 있었겠어요… 신라면 막 이런 게 있었을 뿐이죠 ㅡㅡ;; 그 검사관이 제 짐을 막 다 꺼내서 검사를 하는데, 어린 마음에 막 눈물이 나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그랬죠.

“I am not a bad girl.” ㅡㅡ;; 저는 단지 선량한 여자아이일뿐이예요…

결국 순순히 보내줬습니다.

숙소찾기

그렇게 힘들게 런던 시내에 도착했어요. 비행이라는 큰 과제를 마쳤지만, 이제 다음 큰 과제가 있습니다. 바로 숙소를 찾아가는 것입니다. 여행을 해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정말 숙소 찾는 게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긴 여행후에 무거운 가방을 들고, 익숙치 않은 곳을 찾아 헤메야하니… 제 생각에는 정말 숙소찾는 길이 여행에서 가장 힘든 것 같아요.

원래는 한국 숙소를 갈려고 했었는데 그 숙소를 찾아갈 수가 없겠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숙소가 많다고 하는 지역에 가서 숙소를 찾으려고 마음 먹었습니다. 책자에는 어느 역 근처에 가면 숙소가 많다고 하더라구요. 그 역에 내려서 막 이곳저곳을 걷는데, 도대체가 숙소같아 보이는 곳은 전혀 보이질 않는 거예요. 그래서 생각했죠.

‘혹시 여기 전체가 다 숙소인가? 집같이 보이긴 하지만?!’

그리고 결심했습니다. 아무데나 가서 물어보리라고. 참고로 그 때가 아침 7시쯤 됩니다. 그렇게 결심을 하고, 그 이른 시간에 어떤 집같이 보이는 곳에 들어가 초인종을 눌렀어요.

딩동.

“Do you have a room?” 방 있어요?

그랬더니, “No!!” 없어요.

알고보니 그 집은 그냥 개인집이었습니다. ㅡㅡ;; 한마디로 아침 7시에 아무 집에나 가서 초인종 눌르고 방 있냐고 물어본거죠.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옵니다. 하하하. 결국은 B&B (Bed and Breakfast) 예약 센터에 가서 방을 예약을 하고, 그 숙소를 찾게 되었죠.

이번 여름에 배낭여행을 떠나시는 분들… 어떤 실수를 하고 모험을 하게 되시던 그 과정을 즐기시길 바래요. 물론 실수를 할 때는 괴롭지만, 나중에 가면 다 추억이 됩니다. 그리고 더 강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으실 겁니다. 처음으로 해외 배낭여행 하시는 분들 부럽네요. 저도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