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배낭여행기 1탄
6월이 되면 늘 가슴이 설레입니다. 왜냐하면 제가 처음으로 해외로 배낭여행을 떠났던 달이기 때문입니다. (갔다가 7월에 돌아왔는데 7월은 제 기억에 별로 없다는…;;)
미국으로, 유럽으로, 일본, 중국등 처음으로 해외 배낭여행을 계획중이신 분들을 위해 저희 첫 배낭여행 에피소드를 공개합니다. 아마 저보다는 실수를 덜 하지 않으실까 합니다 ^^;;
원래 저의 목표는 미국을 가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대학교 1학년때 (입학하자마자 거의 바로… 아마 한 4-5월쯤이었나 싶네요)부터 미국 비자를 알아보았습니다. 당시에는 미국을 갈 때 관광비자가 있어야 했기 때문에 따로 준비를 해야 했어요. 처음에는 비자를 신청하기 위해서 여권이라는 게 필요하다는 것조차 몰랐습니다. 주변 선배 언니들이 여권 먼저 필요하다고 해서 그때야 여권의 존재를 깨달았어요. 정말 무지했죠.
고등학교때부터 미국 영화를 정말 많이 보고, 미국에 대한 동경이 많았던 터라, 당연히 미국을 가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대학교 1학년때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요, 거기서 세계일주를 다녀온 언니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언니에게 이것저것 많이 듣게 됐어요. 물론 그 언니를 만나기 전까지는 (여권조차 모르는 아이였으므로) 세계여행이라는 게 나와는 너무 멀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그걸 한 사람이 바로 여기에 있다니!! (티비에서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언니 존재자체가 저에게 무의식중에 용기를 더 주지 않았나 싶어요.
그렇게 있다가 사람들이 배낭여행으로 “유럽”에 많이 가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사실 그 당시에는 유럽이 어떤 지도 잘 몰랐는데, 유럽으로 가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싸스 Sars 라는 전염병 때문에 나라가 좀 시끄러운 때라서 유럽행 티켓을 55만원에 구입했어요. 굉장히 싼 가격이었죠. 캐세이 퍼시픽 Cathay Pacific 항공에서 티켓을 구입하였어요.
대학교 2학년 여름.
드디어 여행을 떠나는 날입니다. 아침 9시 비행기였는데 집에서 6시반쯤 출발을 하였고, 공항에 도착하니 한 8시 좀 넘었던 것 같아요. 물론 비행이 처음이라 모르는 게 많았습니다.
티켓을 발권받고, 출국심사장에 도착하였습니다. 출국 심사하기 전에 심사장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줄을 서야 하는데, 사람이 굉장히 많았어요.
그 때가 한 8시 40분쯤이였어요.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사람이 많아서 일이 좀 늦어지나보네… 비행기들이 이 사람들 다 탈 때까지 기다려야 하겠는걸…’
그 당시에는 사람들이 비행 출발 몇 시간 전에 미리 출국심사장에 도착한다는 것을 몰랐어요. 저는 모든 사람들이 다 제가 타는 비행기를 타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마음은 급했지만, 괜찮겠지 했습니다. (만약 그게 지금이었다면, 제 사정을 말하고 먼저 출국 심사를 받았겠죠)
출국 심사를 마치니 9시 5분 정도였어요. 그리고 게이트로 막 뛰어갔습니다. 게이트에 도착하니 9시 10분정도가 아니었나 싶어요. (참고로 제 비행기는 9시 출발 비행기입니다)
제가 게이트에 헐레벌떡 도착하니, 거기에 있던 직원이
“혹시 9시 비행이세요?”
그래서 맞다고 했죠. 그랬더니,
“왜 이렇게 늦으셨어요… 비행기 벌써 떠났어요. 오늘 떠나는 비행기는 더 없고, 내일 비행기 타셔야 해요.”
밖을 보니까 정말 제가 타기로 되어 있던 비행기가 활주로로 가고 있는 겁니다. 정말 헉했죠.
할 말을 잃었습니다. 비행기가 벌써 한참을 가버렸으니 더 이상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구요. 힘 없이 의자에 주저앉았어요.
그리고 직원이 물었어요. “부치신 가방이 저기 밖에 비행장에 있는 거 맞죠?” (비행기에서 사람이 안 타면, 수화물을 비행기에서 다시 빼기 때문입니다)
제가 짐을 확인하려고 방금 비행기가 떠난 자리를 살펴봤습니다.
검정 가방 하나가 밖에 덩그란히 있더라구요. 근데 문제는 제 짐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제가 들고 온 가방은 보이는 검정색 가방이 아니라 빨간색이었거든요.
어리둥절 해 하면서 말했습니다.
“어? 저거 제 가방 아닌 것 같아요… 제꺼는 빨간색이거든요…”
그 말을 뱉는 순간, 갑자기 직원들이 엄청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막 무전기에 대고 이러는 거예요.
“비행기에 안 탄 손님중에 한 분의 짐이 그 비행기에 있어요.”
“어떡하죠? 이 분 목적지가 파리예요. 짐이 런던으로 갈 거예요”
그렇게 분주한 대화들이 여럿 오간뒤에 이러는 겁니다. 지금 제 짐이 비행기 안에 있는데 그걸 찾아서 빼고 갈려면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그 짐을 그대로 싣고 가자니 짐이 파리로 갈텐데 그럼 일이 너무 복잡해지고… 그래서 고민 끝에 저를 비행기에 탑승시키기로 결정했다고 하는 겁니다. 진짜 얼마나 다행이던지…
비행기를 놓친 사람이 2명 (저를 포함)이 있었는데, 비행장에 남아있던 검정색 가방은 저 말고 다른 사람의 짐이었던 것입니다. 항공사에서 실수로 그 사람의 짐만 빼고 제 짐은 빼지 않았던 거예요.
비행기를 타러 걸어가는 데 너무도 기분이 이상했어요. 나 한 명 때문에 저 비행기가 다시 돌아오다니!
제가 비행기를 타려고 걸어가는 순간, 그 비행기를 놓친 다른 한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그 분은 비행기를 타지 못했습니다. 짐까지 뺐기 때문에요. (만약 그 분이 지금 이 글을 읽으신다면 죄송합니다)
그렇게 비행기를 타니 시간이 9시 50분이 정도였어요. 비행기에 오르니 안에서 사람들이 엄청 째려봤습니다.
그리고 때맞추어 기내방송이 나오더군요.
“방금 이 비행기에 짐을 놓아두셨던 승객이 탑승을 하셨습니다. 비행이 지연되어서 사과드리며 이제 곧 출발하겠습니다.”
그랬더니 사람들이 막 소근대며,
“뭐야? 저 한 사람 때문에 이렇게 비행기가 지연된거야????”
진짜 사람들한테 너무 미안하더라구요. 비즈니스로 항공기를 타신 분은 시간이 금이잖아요. 비행기를 놓칠 뻔하고, 비행기에 탄 것까지 오직 1시간 안에 다 일어난 일이었지만 세상 모든 일을 다 겪은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어요.
‘휴… 다행이다. 이렇게 큰 일을 겪었으니, 앞으로 일은 너무 쉬울거야!’
그게 단지 시련의 첫 시작이었을 뿐이라는 걸 몰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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